[괴물] 괴물이 태어났다
1981년 12월
폭설이다. 눈이 비인지, 비가 눈인지 모를 만큼 비처럼 눈이 내린다.
40cm 이상 쌓여버린 거리들은 사람도 동물도 없다
차가운 칼바람까지 불어대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싸늘하다
'이옹이옹'
온 세상이 조용한 시점에 온 세상을 깨우듯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너무 아파요 살려주세요"
"조금만 참으세요"
배가 터질 듯 부른 산모는 구급 침대에 옆으로 누운 채 배를 웅켜 쥐고 있었다
산통에 여자는 미칠 것 같았다 죽을 만큼, 아니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이었다
'살려주세요'라는 말이 사이렌 소리에 묻히며 시끄럽던 동네가 다시 싸늘해졌다.
"눈 때문에 이동이 안되는 병원들이 있어요. 일단 큰 병원으로 갈게요"
나름 도시라고 큰 병원에 속하는 병원에 갔지만, 산모의 상태는 심각했다.
임신중독에 100kg이 넘어버린 몸무게에 48살이라는 노산이 산모와 태아를 위험하게 했다.
결국 지방 병원은 서울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하라고 재촉했고, 서울의 진짜 큰 병원으로 산모를 이송했다
눈 때문에 최대 속도를 내지 못해 늦게 도착한 병원에서는 이미 수술 준비를 마친 후였다
"제왕절개를 해야 합니다 보호자 없나요?"
"네 산모 곁에 아무도 없었고, 가족이 연락이 안 됩니다"
"그럼 산모가 직접 수술 동의서에 사인해야 합니다"
산모는 찬바람에 연신 식어버리는 땀을 흘리며 떨리는 손으로 펜을 잡고 수술 동의서에 이름을 썼다
수술 중 산모나 태아 둘 중, 또는 둘 다 사망해도 병원에는 책임이 없다는 수술 동의서였다.
산모는 사인을 하며 속으로 말했다.
'살아야 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여야 해'
수술실로 들어간 산모는 수시간 후에야 수술실에서 나와 입원실로 옮겨졌고
다행히 건강하게 태어난 여자아기는 간호사 품에서 방긋 웃고 있었다.
"어머! 아기가 웃어요"
"어! 진짜 웃네!"
태어나면서부터 울지 않고 웃는 여자아기
눈도 뜨지 못한 채 그저 입만 뻥긋대며 웃는듯한 표정을 짓는 여자아기
의사도 간호사도 그 외 수술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아기를 마냥 신기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2024.11.29 pm 9:15